전통놀이로 수학적 사고력 쑥쑥

다양한 게임과 교구들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에게 윷놀이, 자치기 같은 전통놀이가 잊힌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놀이 속에 그 어떤 수학 교구들보다 더 다양한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수학적 사고력까지 얻는 시간을 가져보자.

전통놀이로 수학적 사고력 쑥쑥
전통놀이로 수학적 사고력 쑥쑥
전통놀이 속 수학들 선인들은 현명했다. 그저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인 줄로만 알았던 전통놀이 속에는 다양한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수학 교구를 연구하는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은 전통놀이를 하는 동안에 수 세기, 연산 능력, 공간지각력까지 다양한 수학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우리 전통을 느끼며 가족과 즐겁게 노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수학의 개념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장기놀이 전략적 사고, 경우의 수 
장기는 각각의 역할을 하는 말들을 상대의 움직임과 앞으로의 움직임을 고려해 왕을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즉,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서 이후를 예측하는 고도의 전략 게임이다. 장기판의 모양과 서로 다른 이동 방법을 갖는 여러 가지 장기 말을 이용해 ‘최단거리’와 ‘경우의 수’의 개념을 연결 지을 수도 있다. 

고누놀이 비교, 지각변별력, 추리력, 수 개념, 논리적 사고 고누놀이는 판 위에 번갈아 가면서 말을 움직여 상대편 말의 진로를 막는 전통놀이로, 창의성 향상에 도움을 줘 이 놀이의 원리를 응용한 수학 교구도 나오고 있다. 고누놀이는 지방에 따라 놀이 방법이 약간씩 다르지만 두 사람이 특정한 형태로 그려진 놀이판 위에서 정해진 수의 놀이 말을 가지고 겨루면서 상대방의 말을 다 잡아내거나, 못 움직이게 가두거나 혹은 상대방의 집을 먼저 차지하는 등 기본적인 놀이 방법은 같다. 일반적으로 수가 낮은 사람부터 말을 쓰며, 수를 써서 상대의 말을 포위하거나 따내면 된다. 상대편의 집을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법도 있다. 움직이는 방법은 한 칸씩 가기, 뛰어넘기 등이 있어 비교, 지각변별력, 추리력, 수 개념, 논리적 사고 등을 발달시킬 수 있다. 항상 같은 모양이 아닌 판에 그려진 각종 도형에서 말을 움직여보면서 2차원 공간 개념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산가지놀이 사칙연산 
산가지는 ‘셈하다’라는 뜻의 한자어 ‘산(算)’과 ‘나뭇가지’가 합쳐진 말로 원래는 크기가 비슷한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셈을 하는 방법을 뜻한다. 요즘에는 산가지 대신 성냥개비를 가지고 놀이를 해 ‘성냥개비놀이’라고도 한다. ‘산가지 떼어내기’, ‘산가지 따기’, ‘형태 바꾸기’, ‘산기지 들기’ 등 다양한 놀이가 있는데, 각 놀이별로 배열 방식이 있어 규칙을 따라 바꿔가며 사칙연산을 배울 수 있다.

자치기 각도, 단위길이의 개념 긴 막대기(채)로 작은 막대기(알)를 쳐서 멀리 보내는, 단순한 놀이인 것 같은 자치기 속에도 수학 원리가 숨어 있다. 알이 떨어지면 날아간 거리를 채로 몇 배인지 재어 점수를 낸다. 알을 받침대에 받치고 바닥과 떠 있는 곳을 쳐서 날리면서 지렛대의 원리를 깨닫는 것은 물론 수비가 받아칠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날려야 하므로 각도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거리를 재는 과정에서 채의 길이와 거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반올림과 버림, 단위길이의 개념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또 일정한 거리에서 손바닥만 한 작은 비석(돌)을 발로 차거나 던져서 상대의 비석을 쓰러뜨리는 비석치기는 수 개념과 공간 개념 발달에 도움이 된다. 

딱지치기 도형, 부피, 무게, 넓이 
종이로 접은 딱지를 땅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서 뒤집거나 금 밖으로 나가면 따먹는 딱지치기도 생활 속 수학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전통놀이다. 종이로 딱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각형과 삼각형 등 도형 모양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도형이 모이거나 나누어지면 새로운 도형이 나온다는 개념도 익힐 수 있다. 여러 개의 딱지를 만들어서 부피와 무게, 넓이 등을 비교해보면서 측정 개념을 발달시킬 수 있다. 또 앞과 뒤 개념이 모호한 아이라면 자신의 딱지를 이용해 다른 딱지로 넘기는 활동을 통해 앞과 뒤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전통놀이로 수학적 사고력 쑥쑥
전통놀이로 수학적 사고력 쑥쑥
연날리기 대칭과 균형 연날리기도 수학 원리를 체득할 수 있는 좋은 전통놀이다. 먼저 초등 저학년이라면 직접 연을 만들어보면서 대칭과 균형 원리를 깨칠 수 있다. 연 만들기의 기본은 연을 얼마나 대칭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연의 한가운데에 줄을 그어 양쪽 모두 크기와 모양이 같은 대칭 개념을 이해해보고 대칭이 잘된 연과 그렇지 않은 연을 만들어 연날리기를 할 때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 만들기에 이어 색종이나 데칼코마니 등으로 활동을 확장해볼 수도 있다. 

고학년이라면 ‘베르누이의 정리’와 같은 과학적 원리를 연날리기 경험을 통해 깨우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연날리기를 해보면서 연이 하늘로 올라가는 원리인 베르누이의 정리를 쉽게 설명해주고 이 원리에 따라 연을 날려본다면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과학 원리를 놀이를 통해 체득할 수 있다.

공기놀이 수 개념, 연산 감각, 위치와 힘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아이들이 즐겨 하는 공기놀이는 수 개념을 이해하고 연산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공깃돌을 높이 던졌을 때와 낮게 던졌을 때 떨어지는 속도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를 경험함으로써 공깃돌의 위치와 힘, 속도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다. 

윷놀이 경우의 수, 공간 개념, 기댓값 
가족, 친지들과 함께 즐기는 대표적 전통놀이인 ‘윷놀이’는 흔히 윷가락이 던져지는 우연에 의해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윷놀이는 경우의 수, 공간 개념, 기댓값 등의 원리가 담겨 있는 대표적인 사고력 수학 놀이다. 윷놀이는 4개의 윷가락을 던져 그 결과대로 말을 이동시켜 가장 먼저 말판을 벗어난 팀이 이기는 게임인데, 말을 놓는 방법과 경로, 상대방의 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학 개념은 물론 전략적 사고도 익힐 수 있다. 

4개 윷으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모두 16가지다. 만약 윷이 엎어지거나 뒤집히는 확률이 50%라면 ‘도’나 ‘걸’이 나올 확률은 각각 25%다. 또 ‘모’나 ‘윷’이 나올 확률은 각각 6.25%, ‘개’가 나올 확률은 37.5%다. 그러나 윷의 모양 때문에 엎어지거나 뒤집히는 확률이 50%는 아니다. 실제로는 도보다는 걸, 모보다는 윷이 더 잘 나오는 편이다. 윷의 생김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실제로는 뒤집힐 확률이 약 60%다. 따라서 개, 걸, 도, 윷, 모의 순서로 자주 나오고 뒤집힐 확률이 조금만 더 높아도 윷이 도보다 자주 나온다. 각각의 말이 놓인 상태와 도, 개, 걸, 윷, 모가 나올 확률, 내가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 기댓값 등을 계산하면 운에 의지하는 윷놀이가 아닌 전략적인 놀이를 할 수 있다. 

또 윷놀이는 윷가락을 던져서 원하는 윷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중요하지만 말을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하다. ‘말을 엎을지’, ‘앞선 말을 달려 나갈 것인지’, ‘새로운 말을 따로 놓을 것인지’ 등의 결정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이걸 수학적으로 분석하자면 각각의 말들이 놓인 상태와 도, 개, 걸, 윷, 모가 나올 확률, 내가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 기댓값 등을 계산해야겠지만, 아무도 그런 걸 계산하고 윷놀이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윷을 던지는 것과 말을 쓰는 일을 반복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각각의 가능성과 내가 얻을 이익을 따져보면서 생활이 수학과 어떻게 만나는지 체험할 수 있다. 또 윷판을 전체적으로 보는 공간 감각을 기를 수 있고, 팀을 이뤄서 하는 경우에는 전략을 상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해 인성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아를 위한 수학놀이 
아직 전통놀이가 어려운 유아라면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빚은 송편이나 밤하늘에 뜬 보름달과 같이 동그란 모양의 사물을 주변에서 찾아보게 해보자. 이러한 활동들은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논리 수학적 사고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 관찰한 사물들을 보며 무엇이 같은지 찾아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별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또 6, 7세라면 땅 따먹기 놀이를 통해 수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원래 땅따먹기는 돌을 세 번 튀겨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놀이인데, 유아라면 땅따먹기 판을 만들어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사람이 원하는 땅을 하나씩 가져가 궁극적으로 어느 쪽 땅이 면적이 큰지 겨루는 놀이로 변형해볼 수 있다. 이 게임을 통해 수와 넓이에 대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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