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형의 비밀

[생활 속 수학이야기](20) 다각형의 비밀
화창한 날씨에 야외로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갈 때, 꼭 챙기지 않으면 후회하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카메라와 카메라 삼각대를 들 수 있다. 특히 카메라 삼각대가 없으면,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한, 가족 모두가 함께 사진에 찍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 삼각대는 이름 그대로 다리가 세 개여서 다리들 사이의 공간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의 편리한 점은, 바닥이 아무리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않은 자갈밭이라도 삼각대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카메라를 받쳐준다는 사실이다. 반면,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다리가 4개인 대부분의 의자는 사용한 지 오래되면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특히 철재로 된 다리를 가진 의자는 의자 다리가 어떠한 충격에 의해 조금만 휘어져도 다리 하나가 바닥에 닿지 않고 들떠 의자가 까딱거리게 된다. 왜 다리가 세 개인 카메라 삼각대보다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더 흔들릴까?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제2회 국제 수학자대회(ICM)에서, 당시 괴팅겐 대학의 교수이자 당대 최고의 수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다비드 힐베르트가 연설회장에 모인 청중 앞에서 지금은 ‘힐베르트의 공리계’로 알려진, 수학의 공리 21개(나중에 로버트 리 무어가 그중 한 개를 다른 공리로부터 증명하여, 그 공리가 삭제, 총 20개가 남아 있음)를 발표했다. 힐베르트는 이 회의에서 리만의 가설과 같이 풀리지 않은 수학의 난제 23가지를 포함한 앞으로의 수학의 전망과 함께, 수학의 공리주의의 방향에 대하여 강연했는데, 이는 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리란 수학에서 ‘무증명 명제’로서, 증명할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참으로 여겨지는 기초적인 사실들의 집합이다. 힐베르트가 발표한 수학의 공리는 수학자들의 원본 교과서로 일컬어지는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에 대부분 쓰여 있는 필수적인 공리를 간추려 정리한 것으로, 다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5: 어떤 세 점이 한 직선 위에 있지 않을 때, 그 점을 모두 포함하는 평면은 단 하나만 존재한다.
이 공리를 카메라의 삼각대에 적용해 보자. 삼각대의 다리들이 바닥에 닿는 끝 부분을 하나의 ‘점’이라고 생각하면 삼각대의 다리 중 어느 하나가 다른 두 개에 비하여 짧거나 길거나에 상관없이, 세 개의 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단 하나의 평평한 평면 위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삼각대는 다리의 길이가 같지 않아도 안정적인 평면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다리가 네 개인 의자는 어떠한가? 다리 네 개의 끝을 사각형 각각의 꼭짓점이라고 할 때, 사각형의 꼭짓점 4개 중 3개는 반드시 하나의 평면 위에 놓이게 되지만, 나머지 하나는 다리의 길이에 따라 같은 평면 위에 놓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의자가 낡아 의자 다리와 앉는 부분의 접합부분이 벌어진다거나, 나무로 된 의자가 오랫동안 습기에 노출되어 나무가 휜다거나 하여, 다리 하나의 길이가 나머지 세 개에 비해 조금 길어졌다거나 짧아진 경우라면 다리의 끝의 점으로 이루어진, 서로 다른 평면이 두 개 이상 생기게 되므로 반드시 까딱거릴 수밖에 없다. 또, 의자의 다리 네 개의 길이는 똑같은데 바닥이 고르지 않은 경우에는 의자 다리의 끝점으로 이루어진 평면과 바닥 평면이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의자가 까딱거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의자를 만들 때, 왜 카메라 삼각대와 같이 다리가 세 개인 의자를 만들지 않고 4개인 의자를 만드는 것일까? 다리가 4개인 의자나 책상이 삐걱거리며 움직여서 불편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4개인 의자를 만드는 이유는 아마도 무게중심과 관련될 것이다. 다음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보자. 
같은 크기의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을 그려보면 정다각형의 무게중심이 되는 원의 중심에서 다각형의 가장자리까지의 길이가 가장 짧은 것은 정삼각형이고, 거리가 길이가 가장 긴 것은 원에 가까운 정다각형이다. 사람이 의자에 앉았다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일 때 몸의 무게중심이 의자의 다리로 이루어진 다각형의 영역 밖으로 넘어가게 되면 의자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카메라의 삼각대를 설치할 때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삼각대 다리의 길이를 현저하게 차이가 나도록 만들면 카메라의 무게중심이 삼각대의 다리가 만드는 삼각형 밖으로 위치하게 되어 쓰러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므로 몸의 무게중심이 다각형의 가장자리 밖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삼각형보다는 정사각형, 정오각형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 다리의 길이를 아주 정확하게 모두 같게 만들 수 있다면, 정삼각형을 이루도록 하기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이 되도록, 그리고 정오각형 모양보다는 더 경제적으로 정사각형 모양을 이루도록 4개의 다리를 선호하게 되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공부방이나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바퀴 달린 의자의 경우에는 바퀴가 없는 의자보다 더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더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바퀴가 달린 의자의 경우에는 다리가 정오각형을 이루거나 정육각형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것이 많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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