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머리카락 수가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돌발 퀴즈를 던졌다. 강연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박 교수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복잡해 보인다면 좀 단순한 상황으로 풀어보죠. 칸이 총 9개인 비둘기집에 비둘기 10마리가 날아들었다고 생각해 봐요. 적어도 한 칸에는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들어가게 되겠죠. 이것이 바로 확률에서 말하는 ‘비둘기집의 원리’예요.”
비둘기집의 원리는 몇 마리의 비둘기가 그보다 작은 수의 비둘기집에 나뉘어 들어간다면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들어있는 비둘기집이 존재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두뇌 회전이 빠른 몇몇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은 비둘기집의 원리와 돌발 퀴즈가 무슨 관계인지 의아해했다. 박 교수는 “사람의 머리카락은 약 10만 개, 서울시민은 1000만 명이죠. 대입을 해보세요.”
진양혜 아나운서는 무언가를 알아챈 듯 나섰다.
“사람의 머리카락 수를 비둘기집으로, 서울시민을 비둘기로 두니까 상황이 같아져요. 비둘기집의 원리에 따라 서울에는 머리카락 수가 같은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겠군요.”
이제야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박 교수는 이처럼 복잡해 보이는 문제라도 단순화해 설명하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라며 ‘수학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 나이팅게일, 수학지식 활용
박 교수는 수학의 유용성을 설명하면서 ‘과학수사대(CSI)형 사람’과 ‘셜록 홈스형 사람’으로 구분해 보자고 제안했다. 둘 다 수사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전자가 실제 수학 지식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수학을 잘 몰라도 논리적 훈련이 잘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CSI형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들 수 있어요. 그는 19세기 중반 야전병원에서 깨끗한 위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통계학 방법을 이용해 증명했답니다.”
나이팅게일은 병사들이 사망하는 원인을 숫자와 도표로 나타내는 작업을 통해 영국 정부에 병원의 위생상태를 개선해 달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병실에 환기구를 설치하고 위생비품이 갖춰지자 42%에 이르던 사망률은 2%까지 떨어졌다.
셜록 홈스형 사람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를 예로 들었다. 둘은 하버드대 수학과 출신이지만 수학 지식보다는 논리적 사고로 MS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학은 지식 자체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학자가 돼라
박 교수와 진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대화가 오가던 중에 청중석에 있는 한 학생이 “수학자가 과학자보다 좋은 점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수학자가 과학자보다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있죠. 실험을 하는 학문은 실험실에 얽매여 살아야 하지만 수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자기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학자의 길을 걸어보세요.”
실제로 박 교수는 지난 1년 중 3개월을 출장으로 보냈다. 그는 “최근 수학의 난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해야 풀리기 때문에 어떤 분야보다 워크숍이나 세미나가 많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여한 김하늘 양(하나고 3년)은 “문과생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수학을 토크콘서트로 푼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강연장을 찾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수학의 참 의미를 깨닫게 돼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학뮤지컬팀 ‘폴클랑 졸리스텐’이 숫자와 음계는 규칙적이라는 점에서 닮았다며 원주율의 각 숫자를 음계로 바꿔 만든 음악을 선사해 토크콘서트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했다.
▼ 대학서 수학전공 진양혜 아나운서 “수학서 배운 논리적 사고, 방송에 큰 도움” ▼
“방송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학에서 배운 ‘논리적 사고의 힘’을 실감하며 살고 있어요.”
88학번으로 1992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진양혜 아나운서(44)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 중에 ‘과학수사대(CSI)형’과 ‘셜록 홈스형’이 있다면 저는 영락없는 셜록 홈스형”이라며 웃었다. 실제 생활에서 수학 지식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결단을 내릴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의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것이 수학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같은 문제라도 여러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에요. 또 수학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앞장서서 수학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동아사이언스
“복잡해 보인다면 좀 단순한 상황으로 풀어보죠. 칸이 총 9개인 비둘기집에 비둘기 10마리가 날아들었다고 생각해 봐요. 적어도 한 칸에는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들어가게 되겠죠. 이것이 바로 확률에서 말하는 ‘비둘기집의 원리’예요.”
비둘기집의 원리는 몇 마리의 비둘기가 그보다 작은 수의 비둘기집에 나뉘어 들어간다면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들어있는 비둘기집이 존재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두뇌 회전이 빠른 몇몇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은 비둘기집의 원리와 돌발 퀴즈가 무슨 관계인지 의아해했다. 박 교수는 “사람의 머리카락은 약 10만 개, 서울시민은 1000만 명이죠. 대입을 해보세요.”
진양혜 아나운서는 무언가를 알아챈 듯 나섰다.
이제야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박 교수는 이처럼 복잡해 보이는 문제라도 단순화해 설명하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라며 ‘수학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 나이팅게일, 수학지식 활용
박 교수는 수학의 유용성을 설명하면서 ‘과학수사대(CSI)형 사람’과 ‘셜록 홈스형 사람’으로 구분해 보자고 제안했다. 둘 다 수사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전자가 실제 수학 지식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수학을 잘 몰라도 논리적 훈련이 잘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CSI형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들 수 있어요. 그는 19세기 중반 야전병원에서 깨끗한 위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통계학 방법을 이용해 증명했답니다.”
나이팅게일은 병사들이 사망하는 원인을 숫자와 도표로 나타내는 작업을 통해 영국 정부에 병원의 위생상태를 개선해 달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병실에 환기구를 설치하고 위생비품이 갖춰지자 42%에 이르던 사망률은 2%까지 떨어졌다.
셜록 홈스형 사람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를 예로 들었다. 둘은 하버드대 수학과 출신이지만 수학 지식보다는 논리적 사고로 MS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학은 지식 자체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학자가 돼라
박 교수와 진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대화가 오가던 중에 청중석에 있는 한 학생이 “수학자가 과학자보다 좋은 점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수학자가 과학자보다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있죠. 실험을 하는 학문은 실험실에 얽매여 살아야 하지만 수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자기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학자의 길을 걸어보세요.”
실제로 박 교수는 지난 1년 중 3개월을 출장으로 보냈다. 그는 “최근 수학의 난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해야 풀리기 때문에 어떤 분야보다 워크숍이나 세미나가 많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여한 김하늘 양(하나고 3년)은 “문과생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수학을 토크콘서트로 푼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강연장을 찾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수학의 참 의미를 깨닫게 돼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학뮤지컬팀 ‘폴클랑 졸리스텐’이 숫자와 음계는 규칙적이라는 점에서 닮았다며 원주율의 각 숫자를 음계로 바꿔 만든 음악을 선사해 토크콘서트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했다.
▼ 대학서 수학전공 진양혜 아나운서 “수학서 배운 논리적 사고, 방송에 큰 도움” ▼
“방송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학에서 배운 ‘논리적 사고의 힘’을 실감하며 살고 있어요.”
88학번으로 1992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진양혜 아나운서(44)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 중에 ‘과학수사대(CSI)형’과 ‘셜록 홈스형’이 있다면 저는 영락없는 셜록 홈스형”이라며 웃었다. 실제 생활에서 수학 지식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결단을 내릴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의 덕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것이 수학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같은 문제라도 여러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의 매력이에요. 또 수학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앞장서서 수학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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