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학생들의 비결은 '설명'… 막힘없이 설명해야 진짜 아는 것


한 방송사에서 10년쯤 전에 '0.1%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모의고사 전국 석차 0.1% 안에 들어가는 최우등 학생과 평범한 학생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었죠.

상위 0.1% 그룹은 평범한 학생들에 비해 I.Q도, 기억력 검사 결과도 크게 높지 않았어요. 다만 한 영역에서는 월등했습니다.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였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간단한 실험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상위 0.1%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에게 여러 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몇 개나 기억할 수 있을지 예측해 보도록 합니다. 그런 뒤에 실제로 기억해낸 개수와 비교해 보면 이런 결과가 나와요.

상위 0.1% 학생들은 예측과 실제 기억해낸 단어 개수가 거의 같았어요. 반면 평범한 학생은 예측한 개수와 차이가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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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기억해낸 단어 개수 자체는 두 그룹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0.1%의 학생들이 월등한 건 기억력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기억하고 못 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이었어요. 이런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눈'이죠.

메타인지가 우수하다는 것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에요. 인지 심리학자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최상위권인 사람들이 메타인지가 우수하다는 걸 밝혀냈어요.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두 가지 지식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남들에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한 지식과 남들에게 설명도 할 수 있는 지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지 심리학자는 이 가운데 후자의 경우만 진짜 자기 지식이라고 봅니다.

진짜 아느냐 모르느냐를 가르는 건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설명을 하다 막힐 때가 있습니다. 막힌다는 것은 뭔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죠. 그제야 뭔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상위 0.1% 학생들의 비밀이 이겁니다. 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자기가 배운 걸 설명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막힘'을 경험하지요. 그 결과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고 집에 돌아가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입력할 때보다 출력할 때 훨씬 더 많이 배운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공부는 30%는 눈으로, 70%는 입으로 한다는 말이 있어요.

I.Q는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메타인지는 후천적입니다. 그래서 평소 설명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설명을 누구에게 해야 더 많은 '막힘'을 경험할까요? 설명을 잘 못 알아듣는 사람, 즉 나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또래나 동생들이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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