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는 토르띠야 피자. 피자 도우 같은 얇은면이 구부러지면서 나타나는 쌍곡기하학의 세계를 만나보자. 게티이미지뱅크
따끈따끈한 피자 조각, 깊은 바닷속 산호초, 여러 종류의 나뭇잎은 서로 다른 사물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쌍곡기하학의 예시'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피자 도우처럼 얇은 면이 구부러질 때 쌍곡기하학이 나타납니다.
빌딩, 책상, 모니터, 공책처럼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물체는 직선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오히려 직선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식물처럼 살아있는 생물의 표면은 거의 곡선의 형태를 띠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자연에는 인공물보다 주름이 많습니다. 공학자들은 자연에서 주름이 생기는 원리와 주름으로 인한 기능을 연구해 기계나 로봇을 개발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피자와 가우스 곡률
피자 한 조각을 집어들었을 때 삼각꼴 부분에 토핑이 너무 많다면 피자조각이 축 늘어지면서 토핑이 쏟아질 상황이 닥칩니다. 이때 피자를 살짝 접으면 구부러졌던 앞부분이 똑바로 펴집니다. 수학적 원리를 몰라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피자 도우나 비닐봉지 같은 얇은 물체의 한쪽을 잡고 든다고 할 때, 구부러지는 것은 아주 쉬운 반면 꼿꼿하게 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부러짐과 펼쳐짐은 서로 독립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을 조절함으로써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독일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수학으로 이러한 현상을 풀었습니다. 바로 ‘빼어난 정리’입니다.
빼어난 정리는 ‘곡면을 찢지만 않으면 구부리거나 늘려도 가우스 곡률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입니다. 여기서 가우스 곡률은 평면 위의 한 점에서 피자 도우가 얼마나 구부러졌는지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피자에서의 가우스 곡률은 가로 방향의 곡률과 세로 방향의 곡률을 곱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아무 힘도 가하지 않은 평평한 상태의 피자는 구부러져 있지 않으므로 가우스 곡률이 0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피자 끝을 잡고 들어 올리면 가로 방향은 평평하니까 곡률이 0입니다. 그럼 가로×세로에서 이미 0이 들어갔으니 세로 곡률이 무엇이든 곱셈의 결과는 0입니다. 따라서 피자는 제멋대로 휘게 됩니다. 이때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 그랬듯이 양쪽을 접어 가로 방향으로 살짝 곡률의 크기를 늘리면, 피자는 빼어난 정리에 따라 가우스 곡률 0을 유지하기 위해 세로 곡률이 0이 됩니다. 피자 조각을 접으면 도우가 구부러지지 않게 되는 이유입니다.
휘어진 피자를 바로 세우려면 가로 방향으로 살짝 접으면 된다. 박현선 기자
모양 바꾸기 쉬운 주름진 쌍곡면
가우스 곡률을 이해했다면 이제 주름진 표면의 에너지 효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우스 곡률을 이용하면 3차원에서 매끄러운 면(미분이 가능한 곡면)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 점에서 가우스 곡률이 양수(+)인 구 모양, 가우스 곡률이 0인 평평한 모양, 그리고 가우스 곡률이 음수(-)인 말 안장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주름진 곡선 모양은 이 중 어디에 속할까요? 정답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입니다.
오랫동안 학자들은 주름진 곡면이 마구 구겨놓은 종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수학자 샨카 벤카타라마니는 주름진 곡면은 가우스 곡률이 음수인 쌍곡면의 한 형태이면서 아주 독특한 개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쌍곡면의 대표적인 형태인 말 안장 곡면은 모든 점에서 미분 가능한 표면을 지니고 있는 반면, 주름진 곡면은 미분이 불가능한 지점이 있으며 어느 점에서도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표면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매끄럽게 쫙 펼쳐진 물체를 구부리는 것보다 이미 어느 정도 구부러져 있는 물체를 구부리는 것이 훨씬 쉬우므로 어느 점에서도 완전히 펴진 형태가 아닌 주름 형태의 쌍곡면 표면은 적은 에너지로 모양을 바꾸기에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이로써 많은 생물이 주름진 곡면을 가진 이유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벤카타라마니는 “수많은 물질과 시스템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에너지에 크게 좌우되며 주름 모양의 곡면이 특별한 기하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