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95% 해외명문대 합격…“교과서 없이 토론으로 수업” IB교육 브랭섬홀 아시아 가보니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40분을 달려 도착하니 여러 국제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브랭섬홀 아시아에 도착하자 쌀쌀한 제주의 겨울 날씨에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 교실 안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방학에 들어간 국내학교와 다르게 한창 학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났어도 교실 안에서 교사와 토론을 이어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장려하는 덕분에 학교 안엔 학생들이 만든 그림과 조형물에서부터 발명품까지 전시돼 있었다. 만 3세부터 만 19세까지 전과정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건물은 달라도 한 학교 안에 여러 나이대의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제주에 위치한 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상업·주거·공공시설 등이 복합화된 교육도시다. 2011년부터 캐나다의 브랭섬홀 아시아(BHA), 영국의 노스런던칼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미국의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등 국제학교가 개교한 상태다. 이중 브랭섬홀 아시아는 제주 유일의 전 과정 IB(국제 바칼로레아) 학교로서 유초등과정(PYP), 중등과정(MYP), 고등과정(DP)을 교육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명문 브랭섬홀의 유일한 해외 학교로서 학생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리더이자 배움을 즐기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2021년 ISC 인터내셔널 스쿨 어워즈 ‘올해의 국제학교’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원래 여학교지만, 올해부터는 6~7학년 남학생들에게도 졸업까지 기회를 확대했다. 팻 롱 브랭섬홀 아시아 미들스쿨 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와 학교를 다니고 있어 아들을 가진 학부모들의 입학 수요도 높았다”며 “학업이나 커리큘럼적면으로 남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교육의 대안으로 IB 교육이 부상하고 있다. 1968년 스위스에서 외교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고안된 IB교육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토론·발표형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다. IB 교육은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탐구학습 태도를 키우며, 학생들은 자유롭게 서로 논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에 대해 말하고·쓰고·발표하고, 더 나아가 주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 방식을 입체적으로 평가 받는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STEM-V’ 교육 프로그램은 과학·기술·공학·수학·시각예술을 의미하는 5가지 과목을 융합한 방식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통해 다면적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캠퍼스 내 위치한 STEM-V 센터에서는 관련 수업을 위한 최신 설비로 과학실험실과 아트스튜디오, 3D프린터, 대형 로봇 키트 세트, 목공장 등이 갖춰져 있다. 학교 학생들은 수업에서 이런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복잡한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암기 위주의 평가를 하는 기존 공교육과 달리 교과서도 없는 자유로운 교육때문에 교사들도 수업 준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미들·시니어스쿨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신유진 교사는 “교육과정은 있지만, 지정된 교과서는 없고 수업 지도란 자체가 공란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떤 수업을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단순히 수업이 배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문학 작품을 읽더라도 현재 대한민국과 전세계 사회 이슈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비판적 사고를 하고, 유기동물 문제, 여성 인권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함께 공부한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에세이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표현한다든지 가족 인터뷰를 한다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런 교육 시스템 덕분에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매년 뛰어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졸업생 90명의 IB DP 평균 점수는 36점이며, 만점자도 2명 있다. 이중 95%가 전세계 100대 대학교에 합격하는 성과를 이뤘다. 교과외활동 프로그램인 ‘CASE’는 창의신체봉사활동과 자기계발 등으로 이뤄져 연간 약 500여개의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과 후 매일 2시간 관련 수업을 참여해야 하며,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봇공학, 시각 디자인, 승마, 아이스 스케이트, 동물 권리 보호 등 다양한 활동이 존재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제안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수업 이후에도 삼삼오오 모여 지난해 개장한 올림픽 국제규격의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학교 댄스 스튜디오에 모여 케이팝 춤을 연습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브랭섬홀 아시아만의 교육 시스템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만족을 나타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12학년 장세영 학생(18)은 “9학년 브랭섬홀 캐나다 본교와 필수로 진행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BHX)로 캐나다에 다녀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캐나다 본교 학생들과 함께한 융합교육(IDU) 프로젝트와 야외 리더십 캠핑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대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 과정을 진행 중인 졸업생 전소희 학생(23)은 “MYP와 DP 과정 내내 선생님의 도움과 조언으로 천체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대학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며 “IB 커리큘럼과 학생 주도적인 수업 분위기는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을 기르고, 독립적이고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고 밝혔다.

블레어 리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은 “IB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전문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IB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항상 많은 고민을 한다”며 “IB 교육상 질문을 많이 하게끔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런 초·중등 학생들이 탐구하고 질문하는 정신을 통해 좋은 학생으로 자라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블레어 리 교장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기준은 대학을 어디를 가는지보다는 소속된 사회에 기여를 했는지가 진정한 평가라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배우는 동안 그런 자질을 가질 수 있게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다 같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길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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